ARTRAVEL TRIP.44
내게 평화를 물으면
PEACEFUL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주제다. 누군가 내게 평화는 내면의 고요가 아니겠냐 말해준 적이 있다. 그 말에 한참 빠져있었다. 한편,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의 차이에 관해 다뤄봐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평화는 침묵이랄까, 혹은 작은 것들의 귀함을 지켜내는 힘이랄까. 답은 아니지만 내게는 이것저것 나누고 싶은 시선이 있었다.
어젯밤 일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침몰한 배에 내가 알던, 정확히는 좋아했던 후배가 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언젠가는 그의 사진과 글을 여기 지면에 담고, 밤새도록 마음이나 꿈같은 실없지만 영롱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그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나는 망연함을 어쩌지 못하고, 아침까지 한참 그를 찾았다.
남겨진 글과 사진을 보면서 고민과 의심, 갈증과 주저함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불안의 그를 발견한다. 동시에, 자신을 기어이 믿기로 결심하는, 신의 손길을 의심하지 않으며, 새로운 길 앞에 차분히 짐을 챙기는 단단한 그도 발견한다. 이 비통한 날을 추모하는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과 그립다는 말, 때로는 신을 탓하는 말과 이제 평화 속에 네가 쉬기를 바란다는 말을 그의 SNS에 적었다. 이제 누군가 내게 평화를 물으면. 한참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나는 평화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하겠다. 정말로 모르겠다고 답하겠다.
목차
ART
010 여기에, 가득히
스페인
최요셉
026 슬픈 짐승의 말간 얼굴, 평화
김민아
032 데날리 다이어리
알래스카
박 로드리고 세희
지구사용설명서
092 비가 쏟아져도 노르망디는 울지 않는다
노르망디
양주안
108 노르망디 백과사전
노르망디
편집부
118 노르망디行 여행인문학
노르망디
편집부
TRAVEL
126 순록의 사람들에게로
몽골
장창원
136 유목하지 않는 유목민과 평화 같지 않은 평화
요르단
엄민아
148 피스보트
일본&한국
남궁인
160 남태평양의 낙원을 찾아서
사모아
박준